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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 막아라” 부산시청 후문에 ‘병수산성’ 등장?

“집회·시위 막아라” 부산시청 후문에 ‘병수산성’ 등장?
화분, 조형물도 모자라 화단·초가집 조성까지
노동·시민사회 “철거하라” 한목소리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9-21 17:00:38


부산시가 시청 후문에 1인 시위 등을 막기 위한 화단 조성 공사를 강행하자 노동·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21일 부산시청 후문에 조성된 화단의 모습. ⓒ민중의소리

부산시의 도를 넘은 집회시위 차단책이 논란을 빚고 있다.

‘불통’ 논란에도 시가 부산시청 후문에 1인 시위 등을 막기 위한 화단 조성 공사를 강행하자 노동·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2008년 촛불시위 당시 등장한 ‘명박산성’에 빗대 ‘병수산성’이라는 조롱어린 비판도 나오고 있다.


부산시청 후문엔 무슨 일이?
화분->조형물->화단조성 일사천리

부산시청 후문 주변에는 피에스엠씨(옛 풍산마이크로텍)·택시·버스·생탁 노조, 장애인단체 등의 현안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단체들의 농성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이들은 각각 ‘반여동 풍산부지 특혜개발 중단’, ‘버스보조금 과다지원 환수’, ‘두리발 직영 도입’ 등을 주장하며 부산시에 사태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부산시청 주변에서 상습 시위가 잦아지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병수 시장이 지난 7월 말 정책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해산방법이나 대책을 세우라고 주문한 것이 단적인 예다. 서 시장은 “시청 주변에 장기집회가 계속되면 시민에게는 시가 잘못해 원성을 사는 것으로 비친다”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시장의 지시가 나오기 무섭게 시의 관계부서는 지난 8월 대형화분과 태극기 조형물을 후문에 설치한 것도 모자라, 248㎡ 규모의 화단까지 조성해 일종의 ‘알박기’를 시도하고 나섰다. 19일부터 20일 사이엔 입구 곳곳에 흙을 깔고 초가집 모형과 장독을 설치하는 공사를 벌였다.

그 결과 그동안 후문 주변에서 농성과 시위를 지속해온 단체들은 건너편 인도로 밀려나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를 바라보는 단체들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 급기야 지난 15일 아침선전전 과정에선 금속노조 부양지부 풍산마이크로텍 지회와 공무원 간에 충돌이 벌어지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 18일엔 연제구청과 경찰의 시청 앞 농성장 강제철거 시도까지 이어지면서 농성단체와 부산시의 날 선 대립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화분,화단 조성하면 집회시위 없어지나?”
노동·시민사회 “병수산성 등장한 격”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는 부산시의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21일 부산시청 후문에서 열린 ‘집회시위 원천봉쇄 및 폭력행위 규탄 기자회견’에서 이들 단체는 “부산시가 불법적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사들은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시위를 막으려는 것은 불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영섭 전국금속노조 부양지부 풍산마이크로텍 지회장은 “사태 시작이 서병수 시장에게서 비롯됐는데 시정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됐느냐”고 반문했다.

문 지회장은 “서 시장이 집시법을 악용하고 있는데 더는 세금을 갖고 민주주의 기본인 집회결사 자유를 막아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삼형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도 농성 “그저 입과 눈과 귀를 막으려하면 사태가 해결되느냐”고 따져물었다.

양미숙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명박산성에 버금가는 병수산성이 나왔다”며 발끈했다. 양미숙 사무처장은 “어느 시민이 시청 출입구가 이런 화단에 막혀있는 것을 좋아하는지 되묻고 싶다”면서 “이는 서 시장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공무원들의) 과잉 충성의 결과다. 서 시장이 시민 중심, 현장 우선하겠다고 말했는데 이 모습만 보면 시민을 위한 시장이 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에도 시는 화단 조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측은 “환경 정비 차원에서 화단을 만든 것이지 시위 차단 목적은 아니다. 철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집회시위 막으려 인도에 화단까지? 부산시청 후문에 조성된 화단 모습. 부산시가 최근 집회시위가 잦은 시청사 후문 주변에 화단을 조성하면서 ‘불통’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산시가 시청 후문에 1인 시위 등을 막기 위한 화단 조성 공사를 강행하자 노동·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21일 시청 후문에서 이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출처  “집회·시위 막아라” 부산시청 후문에 ‘병수산성’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