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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산하 연구기관들, 직원정보 도용해 ‘임금삭감’ 전자투표 강행

총리실 산하 연구기관들, 직원정보 도용해 ‘임금삭감’ 전자투표 강행
개인정보 무단 제공에 보안 취약해 ‘조작 가능한’ 투표시스템 그대로 사용하기도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9-21 16:33:06


국무총리실 산하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김도훈 원장)이 이달 내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무단 이용해 전자(온라인)투표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산업연구원과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연구노조에 따르면 산업연구원은 지난 18일 오전 9시부터 전 직원들을 상대로 임금피크제 도입 찬반 온라인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투표 대상은 정규직(156명)과 무기계약직(2명), 파견자·연수자 등(36명) 연구원들을 포함한 194명이며, 투표 종료 시점은 21일 오후 10시다. 설명자료에 명시된 임금조정률은 총연봉의 25%다.

최윤기 산업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16일 전 직원들에게 온라인 투표 안내 공지를 보냈다. 공지문에서 최 부원장은 “정부에서 공공기관에 적극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 연구원도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직원 여러분의 동의 여부를 여쭙는 투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연구원은 직급별 대표 성격을 지닌 연구조정위원회 구성원을 중심으로 총 10명의 투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온·오프라인 투표 작업에 착수했다. 산업연구원은 21일까지 온라인투표를 진행하고, 22일 오프라인투표를 거쳐 같은 날 오후 6시 투표 결과를 공표할 예정이다.

산업연구원 온라인투표 진행 상황. ⓒ전국공공연구노조 제공



온라인투표 강행하려 무단으로 직원 정보 선관위에 제공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면 노사간 사전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공공기관을 위한 임금피크제 매뉴얼’에 따르면 피크 금액(임금 감액률의 기준이 되는 피크 임금) 설정과 임금피크제 실현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 노동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포함한 취업규칙 변경 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노동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의 의견 청취 또는 동의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직원 과반수의 의견 청취 및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산업연구원은 온라인투표로 직원 동의 절차를 거치겠다는 것이다.

온라인투표를 진행하려면 유권자들이 투표 시스템에 휴대전화번호와 이메일 등 개인정보를 기록해 선거인 등록을 하고, 관할 선관위(산업연구원의 경우 자체 구성한 선관위)가 이를 토대로 각 유권자들에게 고유 인증번호를 발송해야 한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은 직원 동의 절차도 없이 무단으로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공해 온라인투표 사전 준비를 마쳤다. 산업연구원은 투표 개시 전 개인정보 제공 여부에 대해 직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9일 전 직원들에게 투표 독려 메일까지 보냈다. 산업연구원은 기획조정실장 명의로 보낸 이메일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내일과 월요일 온라인 투표가 있다. 가급적 참여를 부탁드린다. 온라인 투표가 곤란하신 분들은 화요일 오프라인투표를 할 수 있다. 거듭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투표를 권고했다.

노조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온라인투표 진행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 19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아무런 동의도 거치지 않은 개인정보를 통해 선관위 명의의 투표 공지 문자가 왔다”면서 “왜 선관위가 사전 상의도 없이 이런 결정을 투표하라고 문자를 보내는 것이냐”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어 “연구원은 압력이 가능한 직원들에게는 소규모 모임을 열어 임금피크를 받아야 한다는 일방적 강요를 하기도 했다”면서 “이번 온라인투표 강행은 절차상으로도 사전에 기획, 준비된 일방적 밀어붙이기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산업연구원이 실시하는 온라인투표 시스템은 결과 조작이 가능하다는 보안상 허점이 발견돼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한 것이다. 산업연구원이 진행 중인 온라인투표 시스템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년 가까이 사용해온 ‘케이보팅’이라는 시스템이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케이보팅 개발업체인 I사는 보안 유지를 위한 투표함 개표권한 분할과 투표값 암호화, 위변조 여부 검증에 필요한 투표정보 코드화 및 분산 보관 등 세 가지 핵심기술의 특허를 갖고 있었지만 이들 보안기술을 실제 전자투표 시스템에 적용하는 데 필수적인 추가 기술개발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데이터베이스 관리자가 투표값을 변경하면 개표 결과도 조작이 가능한 수준으로 보안이 취약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실제 투표에서 조작이 있었는지도 살펴봤으나 핵심 보안기술의 하나인 '비트위임', 즉 위변조 검증 기술 자체가 없어 확인하지 못했고, 선관위는 자체 점검 결과 보안 문제가 없다며 해당 서비스를 재개한 상태다.


“총리실 압박과 연구원장의 성과주의가 만들어낸 꼼수”

이 같은 상황은 왜 초래된 것일까? 노조는 “국무총리실의 압박과 연구원장의 성과주의가 만들어낸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달 초 추경호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장은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연구기관장들을 불러모아 “이달 중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한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고 전했다. 추 실장은 “최근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지는 등 청년 일자리 만들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으므로 출연연구기관도 이에 적극 동참해주기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추 실장은 이와 함께 각 기관장에게 임금피크제 도입 실적에 따라 엄격한 페널티와 인센티브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내년도 임금인상률 삭감 및 차등 적용 ▲기관평가 불이익 ▲기관장 성과연봉 불이익 ▲기관 경상운영비 불이익 등이다.

총리실 산하에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교육개발원 등 27개 연구기관이 있는데, 이들 중 과반수 노조가 있는 곳은 건축도시공간연구소와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렇게 다섯 곳 뿐이다. 이밖에 노조 조직률이 낮은 곳의 경우 기관장 주도로 임금피크제를 하루빨리 도입하고자 팔을 걷어붙인 실정이다.

특히 노조 조직률이 5% 수준에 그치는 산업연구원의 경우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온라인투표까지 진행 중이라 내부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산업연구원 기조실장은 지난 6일 오전 직원 조회를 소집해 직원 동의 수순을 밟으려고 했으나, 노조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결국 정상적인 절차로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절차를 밟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직원 정보를 무단으로 넘겨 온라인 찬반투표까지 진행하기에 이른 것이다. 또다른 연구기관들도 임금피크제 도입 찬반 온라인투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연구원 소속 조합원이 포함된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21일 오전부터 “국무조정실의 불법적인 임금 삭감 강요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며 세종특별자치시 세종국책연구단지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국무조정실의 무도한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기관장들의 처지를 모르지 않지만, 기관장들이 국무조정실 압박을 핑계로 단체협약을 위반하고 관련 노동법규를 지키지 않을 경우 형사고발 등 강력 대응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전국공공연구노조 천막농성 돌입. ⓒ전국공공연구노조 제공



출처  총리실 산하 연구기관들, 직원정보 도용해 ‘임금삭감’ 전자투표 강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