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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크리스마스엔 또 어떤 선물을 내리실까

크리스마스엔 또 어떤 선물을 내리실까
[민중의소리] 이정무 편집국장 | 최종업데이트 2015-09-22 07:52:18


“박근혜 대통령은 다가오는 추석을 맞이해 부사관 이하 모든 국군장병에게 격려 카드와 특별 간식을 하사(下賜)할 예정이다.” 이 표현은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이다. 물론 더 큰 선물은 박근혜가 모든 국군장병에게 준 1박 2일의 특별휴가다. 전 장병에게 휴가증을 수여한 사례는 건국 이래 처음이란다.

박근혜의 청년 사랑도 각별하다. 직접 나서서 ‘청년희망펀드’를 제안했고 2천만 원을 쾌척했으며 앞으로도 월급의 20%를 계속 기부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1호로 기부했으니 앞으로 고위 공직자나 재벌 대기업의 기부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5개 대형은행이 나서서 창구에서 기부금을 접수할 예정이기도 하다. 마치 수재의연금을 걷는 것처럼 방송사의 중계방송이나 고액 기부자의 이름 공개도 이어질지도 모른다. 어디다 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어련히 좋은 데 쓰일 것이다.

박근혜의 선물 정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는 지난 광복절을 맞아 모든 국민에게 하루의 임시공휴일을 선물했고, 고속도로의 통행료도 ‘쐈다’. 그 며칠 전에는 2백2십만 명이 넘는 국민에게 ‘특별사면’을 내렸다. 하나같이 대통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분위기를 잘 살린다면 아마 올해 말에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나올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만2년이 넘게 남았으니 설과 부처님 오신 날, 또 광복절, 또 추석, 또 크리스마스가 있고 임기가 끝나는 2018년 2월의 설까지 챙기면 최대 12번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사이에 대형 사고나 권력형 스캔들처럼 대통령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일이 생겨서는 곤란하다. 박근혜의 지지율을 묻는 전화가 걸려오면 실제의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무조건 ‘지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지지율 50%가 넘어야 기분 좋게 선물을 ‘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처럼 불평해서는 안 된다. ‘나는 10월에 군에 입대할 예정인데, 나에게는 왜 특별휴가가 없느냐’라 든가, ‘나는 광복절 임시공휴일에도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못했다’든가, ‘나는 사소한 생계형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 사면받을 것이 없다’든가, ‘청년이 무슨 불우이웃이냐 웬 의연금 모금이냐’ 따위의 말이 그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원래 선물은 그렇게 주는 것이다. 지구 상의 모든 아이에게 조건 없이 사랑을 베푸는 산타 할아버지도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는 법이다.

이 모든 선행이 결국 공화국과 법치주의의 밑바탕을 허무는 일이라고 해서도 곤란하다. 박근혜는 공화국의 대통령이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치세’를 상징했던 키워드들, 이를테면 국정원 대선개입이나 NLL 회의록 공개, 내란음모, 정당 해산, 세월호 참사, 수첩 인사, 정윤회와 십상시, 성완종 리스트, 메르스….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공화국의 향기를 하필 선물에서 찾으려고 할 까닭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출처  [데스크칼럼] 크리스마스엔 또 어떤 선물을 내리실까